국내 건설사들은 친환경 에너지와 미래 교통 인프라 등 분야를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늘을 나는 택시가 도심공항을 드나들고, 수명을 다한 대형 원전 자리에는 보다 안전한 소형모듈원전(SMR)이 들어선다. 바다와 접한 육상에서는 해수를 끌어들인 스마트 양식장이 사계절 어획고를 올리고, 중동 사막에는 모듈형 건설공법을 이용한 신도시가 들어선다. K건설이 준비하는 '가까운 미래'다.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건설사들의 신사업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공사 발주액이 20%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은 우선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 규제로 인해 각국은 석유·석탄 비중을 낮추고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를 정책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MR(소형모듈원전) 정의 및 진출 업체
현재 흐름을 타고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다수 건설사들은 SMR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SMR은 기존 원자로 대비 발전 용량이 적은 대신 모듈식 공법으로 제작과 설치 기간이 짧고 그만큼 건설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형 원전에 비해 사고 위험이 작고, 건설과 운용 등에 필요한 면적이 훨씬 작다. 그러면서도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방식보다 발전원가가 낮아 미래형 원전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는 물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등 주요 선진국도 SMR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앞선 원전 기술력과 K건설의 시공능력이 결합할 경우 플랜트에 이어 K건설의 주력 수출 품목이 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은 2021년 SMR 사업 선두주자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해외 사업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DL이앤씨도 지난 1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엑스에너지는 4세대 SMR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충전, 폐배터리 재활용) 진출 업체
배터리 관련 사업도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 비중을 계속 확대하면서 건설사들도 전기차 충전과 폐배터리 재활용 등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시설 브랜드를 론칭해 아파트는 물론 정부기관, 상업시설 등에서 전기차 충전시설 공급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충전 시설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아이에스동서는 국내 폐자동차 해체·파쇄재활용 업계 1위 인선모터스, 폐배터리 재활용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 TMC 등을 잇달아 인수하고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 탄산리튬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내년엔 4 공장을 착공하는 등 설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수소, 풍력등), 친환경 진출 업체
수소,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수처리 등 친환경 사업도 건설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해외 수주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분야다. 수소에너지 상용화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현대건설은 현재 전북 부안에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대규모 수전해 수소플랜트를 건설하고 청정수소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수소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건설부문도 수소에너지를 미래 역점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2020년 충남 대산산업단지에서 부생수소를 활용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대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했다. 이 발전소는 50㎿ 규모로 연간 40만㎿h의 전력을 생산해 충남 지역 약 1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한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를 앞세워 해상풍력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5000억원을 투자해 경남 고성에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구조물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완공되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조립하고, 수출을 위한 바지선이 드나들 수 있다. 향후 부유식 해상풍력, 해상변전소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진출 업체
주요 선진국과 산유국들이 추진하는 도심항공교통(UAM) 사업도 건설사들이 눈여겨보는 분야다. UAM 시대엔 도심공항 역할을 할 버티포트를 어떻게 짓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제주항공과 UAM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실증사업을 위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 버티포트 설계·시공·운영과 버티포트 내 구축될 교통관리 시스템 개발을 주관하고 있다.
스마트 양식 사업 진출 업체
GS건설은 수처리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형 수산물 생산기술로 꼽히는 스마트양식 사업에 진출했다. 육상에 지어지는 스마트 양식장은 해수를 정화해 최적화된 물을 제공하고 양식장에서 오폐수를 처리하는 게 중요한데 GS건설은 스페인 기업을 인수한 GS이니마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GS건설은 신세계푸드와 협력해 지난해부터 부경대 안에 스마트 양식 테스트베드를 설립 중이다. 향후 GS건설이 친환경 연어 양식장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고 신세계푸드는 가공과 유통을 맡게 된다.
모듈러 건축 사업 진출 업체
입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기를 단축하는 신공법인 모듈러 건축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첫 공공 모듈러 건축물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를 준공한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현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모듈러 건축은 공장에서 조립식 구조물을 제작해 옮기는 방식이라 현장 작업이 대폭 줄어들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막에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하는 사우디가 모듈러에 주목하는 이유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말 중국 모듈러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모듈러 건축 사업에서 양사가 보유한 건설 기술을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